[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정선] 유교사상 때문인지 서양문화권과 달리 여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없는 우리나라. 그런데 풍년을 좌우하는 여신이 있다. 출산을 관여하는 여신 삼신할매처럼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여신으로 바로 ‘영등할머니’이다.

과거부터 농촌과 어촌에서는 매년 음력 2월1일이 되면20일 간 영등할머니에게 한 해 농사의 풍년을 빌어왔는데, 이를 ‘영등날’이라 한다. 올해 ‘영등날’은 바로 3월17일부터 시작된다.  

세시풍속에 따르면 영등날은 농사와 어업 같은 생업에 큰 영향을 주는 바람을 관장하는 신(神)인 ‘영등할머니’가 하늘에서 인간세상으로 내려오는 이월 초하룻날을 가리킨다. 

영등할머니와 영등날에 대한 관습은 지역마다 다르다. 우선 영등할머니는 지역에 따라 ‘영동할멈’, ‘영동할머니’, ‘영둥할마니’, ‘영등할망이’, ‘영등할망’ 등으로 달리 불린다. 또 영등날 역시 지역에 따라 ‘영동할머니날’, ‘이월할매 먹는 날’, ‘이월밥 해먹는 날’, ‘바람님 오는 날’, ‘풍신날’ 등으로 다르게 불리고 있다.

이러한 영등날에는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영등할머니를 맞이하기 위해 물을 떠서 장독 위에다 올려놓는데, 영등할머니가 올라가는 날(20일째 되는 날)까지 날마다 물을 새로 떠놓는다. 또 지역에 따라 영등날 음식을 장만하여 치성을 드리고, 맛있는 음식을 하게 되면 장독대에 갖다 놓은 후 먹는 풍습이 있다.

영등날 대표적 음식 중 하나는 바로, ‘이월밥’이다. 이월밥은 음력 이월 초하루(2월1일)에 해먹는 밥으로 반찬은 나물과 생선, 김 등을 넉넉하게 마련한다. 그리고 밥은 큰 양푼에 담아 식구 수대로 숟가락을 꽂아놓고, 간단한 치성 후에 이웃과 나누어 먹는다.

그 외 영등날에는 액운을 면하고 풍년/풍어를 기원하는 ‘풍신제’를 지내고, 가정의 불길한 일을 소지를 올림으로써 없앤다. 여기서 소지란 부정을 없애고 신에게 소원을 빌기 위하여 흰 종이를 태워 공중으로 올리는 일을 말한다.

오는 3월17일 영등날, 세시풍속에 따라 한 해의 행복과 풍요로움을 위해 가족과 함께 이월밥을 해먹으며 소원을 빌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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