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병용] 가족과 함께 할 때, 혼자서 울고 싶을 때, 사랑하는 연인과 로맨스를 한껏 더 즐기고 싶을 때, 당신은 어떤 영화를 선택하나요? 많은 영화들 속에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당신에게 무비레시피가 영화를 추천, 요리합니다.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신작 영화 <버닝>이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분에 초청되어 화제이다. 이어 <버닝>이 심사위원의 호평을 받으면서 한국 영화 최초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호재가 기대되고 있다. 이창동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6편의 영화 중 <밀양>, <시> 그리고 <버닝>까지 총 3편이 연속으로 칸 영화제에 진출하며 세계적인 거장으로 거듭났다. 이와 동시에 이창동 감독의 데뷔작인 <초록물고기>가 관심을 받는 중이다. ‘이창동 리얼리즘’의 시초, <초록물고기>는 어떤 영화일까?

<영화정보>  
초록물고기(Green Fish, 1997) 
멜로, 로맨스 // 1997. 02. 07 // 114분 // 한국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이창동
배우 - 한석규, 심혜진, 문성근

<‘이창동 리얼리즘’의 시작>
군대를 막 제대하고 집에 가는 열차에 오른 막동(한석규)은 우연히 만난 미애(심혜진)의 스카프를 줍는다. 스카프를 돌려주려 미애에게 찾아간 막동은 불량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미애를 발견한다. 불량배들로부터 미애를 구해주지만, 자신은 집단 폭행을 당하고 마는 막동. 이에 막동은 기차가 역에 정차하자 불량배들을 뒤따라가 제대 기념패로 내려치고는 도망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막동은 스카프의 주인인 미애의 연락을 받고 스카프를 돌려주기 위해 영등포의 한 나이트클럽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만난 미애는 나이트클럽 가수이자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조직폭력배 두목 배태곤(문성근)의 애인이었다. 그리고 배태곤은 막동이가 미애를 구해줬다는 이야기를 듣고 막동에게 주차장 일자리를 마련해준다.

그렇게 주차장에서 발렛파킹 일을 시작하게 된 막동은 배태곤의 조직원 판수(송강호)와 시비가 붙게 되고 일방적으로 얻어맞는다. 하지만 곧 다시 일어나 각목으로 판수의 뒤통수를 후려갈겨 쓰러뜨린다. 이를 지켜본 부두목은 막동의 강단이 맘에 들어 임무를 하나 맡긴다. 그 임무는 자해공갈이었고, 막동은 자신의 손가락을 부러뜨리면서 임무를 완수한다. 그리고 이 일로 배태곤의 신임을 얻은 막동은 본격적인 조직폭력배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배태곤의 밑에서 일을 하며 미애에 대한 감정 키워나가는 막동은 미애에 대한 사랑과 배태곤에 대한 충성심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그 무렵, 배태곤이 형님으로 모시던 김양길(명계남)이 출소한다. 곧이어 김양길은 배태곤의 구역을 점령하기 시작하고, 이에 배태곤은 인맥을 이용해 양길에게 맞서지만 번번이 당하기만 한다. 결국 배태곤은 부하들 앞에서 양길에게 주먹질을 당해 코피를 흘리는 수모를 겪게 된다.

김양길에게 자존심을 짓밟힌 배태곤은 복수를 결심한다. 바로 김양길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실행을 막동이에게 지시한다. 배태곤의 지시를 받은 막동은 무엇인가를 결심을 한 듯 미애의 스카프를 불태우고 김양길이 운영하는 나이트클럽으로 향한다.

과연, 막동이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막동과 미애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고 싶은 이야기>  
- ‘이창동 리얼리즘’의 탄생을 알린 작품

영화 <초록물고기>는 한국 영화사에서 의미 있는 작품 중 하나이다. 그 이유는 <초록물고기>가 한국 누아르 영화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함과 동시에 ‘이창동 리얼리즘’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한국 누아르 영화가 조직 폭력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였다면, <초록물고기>는 조직 폭력배는 외형일 뿐 그 속에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처럼 영화는 한국 누아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각종 영화제 대상을 수상하였고 동시에 ‘이창동 리얼리즘‘의 탄생을 알렸다.

- 연기가 아닌 일상을 표현한 배우들의 열연
일상을 표현하는 ‘이창동 리얼리즘’을 구현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그리고 <초록물고기> 속 배우들은 각자의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며 ‘이창동 리얼리즘’을 구현해냈다. 특히 한석규는 기존의 무게감 있는 연기를 벗어 던지고 순수한 ‘막동’이로 임해 평단의 박수를 받았고, 실제 건달이라는 오해까지 받은 ‘판수’ 송강호는 이 작품을 계기로 세상에 자신을 알리기 시작했다.

“큰 성, 생각나? 우리 어렸을 때 빨간 다리 밑에서 초록 물고기 잡으로 간다고 갔다가 쓰레빠 잃어버려 가지고, 큰 성이랑 형들이랑 쓰레빠 찾는다고 난리 치던 거...생각나?” 영화 <초록물고기> 속 ‘막동’의 마지막 대사이다.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막동이 마지막으로 떠올리는 것은 ‘초록 물고기’, 즉 어린 시절 순수한 마음이다. 각박한 세상 속 순수한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영화 <초록물고기>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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