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태웅 / 디자인 최지민] 3년 전 삼성을 괴롭혔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이번에는 다른 국내 기업들을 흔들고 있다. 이른바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집어삼키겠다는 속셈. 이에 자국 기업을 보호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그 대책으로 현재 국내에서는 도입하지 않고 있는 ‘포이즌 필’이 거론되고 있다. 포이즌 필(Poison pill)이란 단어 그대로 ‘독이 든 알약’을 뜻한다. 경제 분야에서는 대기업의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1982년 로펌 변호사인 마틴 립튼이 만든 이 방법은 1985년 델라웨어(Delaware) 최고법원이 포이즌 필에 대한 주주총회 결의를 인정하면서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이 도입하기 시작했다. 현대 국가에 영위하고 있는 대부분 기업들은 회사의 지분을 주주들이 나눠 갖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의 비율에 따라 회사의 경영권이 주어진다. 즉, 회사 주식을 많이 가질수록 경영권에 대한 영향이 커지는 것이다.

보통 회사의 번영을 위해 혹은 사업의 확장을 위해 소유주와 인수자간 합의가 이뤄진 상태로 인수합병이 이루어지면, 이를 우호적 인수합병이라고 한다. 반면 소유주와 인수자간의 동의 없이 인수자가 최대 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은 적대적 인수합병이라고 한다.

대기업들은 주식과 경영권이 연결되어 있는 이런 구조적인 부분을 이용해 강제적인 인수합병을 시도하는데, 해당 회사의 주식을 대거 매입하고 주주총회를 통해 최대한의 이익을 위한 자신들의 요구를 제안한다. 과거 삼성을 괴롭혔고 현재는 현대그룹 또한 인수합병을 시도하고 있는 엘리엇이 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방어책인 ‘포이즌 필’은 어떻게 작동할까? 하나는 대기업의 주식매입이 시작되기 전 대규모 유상증자나 임금인상, 제품 손해배상 확대, 기존 경영진 거액 퇴직금 지급 등을 통해 의도적으로 비용지출을 늘려 매수자에게 매수로 인해 손해를 볼 것이라는 판단이 들게 해 매수 포기하게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결정에 대한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기존 주주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대규모 신주를 발행해 매수기업이 이미 확보한 지분은 희석해 시켜버리는 방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삼성에 이어 현대까지 위협받자 국내 정치권에서는 이런 포이즌 필과 같은 방어책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지 국내 대기업들을 위한 법이라며 오히려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다시 시작된 엘리엇의 횡포에 ‘포이즌 필’ 도입될지, 국내 기업의 보호이냐 시장경제 자유냐를 위한 정부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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