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병용 / 디자인 김미양] 인간과 가장 비슷한 영장류이자 현재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알려진 오랑우탄. 귀여운 외모와 인간과 비슷한 행동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오랑우탄은 인류와 오랫동안 함께 존재해온 동물이다. 하지만 이러한 오랑우탄이 멸종위기에 놓인 이유가 사실은 인간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6월 27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실린 논문은 오랑우탄이 7만 년 동안 사람과 함께 살아오면서 이에 맞는 생존 방식으로 적응했다고 밝히며 인간이 오랑우탄에게 미친 영향을 새롭게 조명했다.

논문에 따르면 7만 년 전, 인류가 동남아에 도착하면서 오랑우탄의 서식형태는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당시 오랑우탄은 동남아 전역에 걸쳐 매우 많은 수가 서식했었다. 그중에서도 주로 중국과 인도차이나, 수마트라 섬, 보르네오 섬 등에 서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약 2만 년 전부터 오랑우탄의 수가 급감하기 시작하더니 애초 동남아 전역에 분포하던 오랑우탄의 서식지는 수마트라와 보르네오 섬으로 축소되었다.

지금까지 이러한 오랑우탄의 감소는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가설이 지배적이었다. 가설에 의하면 마지막 빙하기 동안 열대림이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오랑우탄도 남쪽에 위치한 수마트라와 보르네오 섬에서만 살아남게 되었다. 이후 간빙기가 찾아왔지만 이미 해수면이 상승한 상태여서 자신들이 원래 있던 곳으로 가지 못하고 두 섬에서 서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논문을 집필한 미국 위스콘신대 오쉬코쉬 캠퍼스와 영국 카디프대 등의 공동연구진은 ‘환경 가설’에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빙하기 이전의 빙기 등을 잘 견뎌낸 우랑우탄이 마지막 빙하기에서만 견디지 못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동시에 연구진은 오랑우탄의 감소가 환경과 함께 인간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2만 년 전의 유적인 뼈를 이용한 창과 활을 결정적 근거로 제시했다. 이 무기는 지상은 물론 나무에 사는 동물을 사냥하기에도 적합해 당시 구석기인들이 오랑우탄을 사냥했다고 추정한 것이다. 하지만 오랑우탄은 번식속도가 매우 느려, 죽어 나가는 오랑우탄의 수를 따라잡지 못해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과 함께 연구진은 오랑우탄의 환경 적응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오랑우탄이 대부분 나무 위에서 생활한다고 알려졌지만, 관찰 결과 어떤 곳에서는 땅 위에서도 잘 걸어 다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오랑우탄은 사람에 의해 심하게 교란된 팜유 공장이나 조림지에서도 곧잘 적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의 주장에 따르면 오랑우탄이 원래부터 나무 위에서 산 것이 아니라 인간의 위협을 피해 나무 위에서의 삶에 적응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오랑우탄이 논문의 내용대로 변화되는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다면 이에 따른 오랑우탄 보전방법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멸종되어 가는 오랑우탄. 오랑우탄에 대한 연구가 더욱 진행되어 인간과 오랑우탄이 공존하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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