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태웅 / 디자인 이연선] 과거 흑사병(plague)은 중세시대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서운 전염병이다. 그러나 현대 과학기술로 어느 정도 극복한 상태다. 그런데 지난 2007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사회 시스템을 무너뜨릴 '21세기의 흑사병'으로 인포데믹스(infodemics)를 발표해 전 세계가 주목했다.

인포데믹스는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s)의 합성어로, 근거 없는 추측이나 부정확한 정보가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통해 전염병처럼 빠르게 전파되는 현상을 말한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물론 사회, 정치, 경제에도 치명적인 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증가했고 현재는 누구나 쉽게 정보를 찾아내고 올리고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정보의 독점을 막는 순기능도 있지만, 동시에 잘못된 정보 유포 시 심각한 사회현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바로 이런 점을 2003년 미국 컨설팅업체 인텔리브리지의 데이비드 로스코프 회장이 ‘인포데믹스’라는 용어로 처음 표현했다.

인포데믹스의 한 예로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들 수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는 정상적인 건강상태의 사람이면 독감이나 폐렴 수준에서 회복 가능한 전염성 질병이다. 하지만 당시 방역당국의 초도 대응 실패와 불안을 확대시킨 언론보도 그리고 무엇보다 온라인을 채운 온갖 괴담과 불신이 하나의 전염병을 정보전염병, 즉 인포데믹스로 확산시켰다.

당시 소셜네트워크 상에는 확인되지도 않은 병원 명단과 감염자의 신상정보가 무분별하게 도배됐으며 '낙타 괴담'처럼 정부의 대책을 조롱하는 글들과 함께 확인되지 않은 민간요법까지 횡행하고 있었다. 실제 전염병인 메르스 피해보다 잘못된 정보들의 홍수로 사회적인 혼란이 더 심각했던 것이다.

이같은 인포데믹스의 발생 원인은 메르스 사태에서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발전과 연관이 깊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소셜 미디어에서 정보를 생산 혹은 소비하는 주체의 ‘책임 문제’다. 정보주체들은 정보에 대한 부족한 팩트체크, 불건전한 정보의 유통, 부족한 윤리 의식으로 인한 언어폭력 및 인신공격 등 자신이 올리는 정보에 대한 책임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렇게 SNS에서 전파되는 정보의 파급효과를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소셜 미디어 시스템의 문제’다. 글로벌 소셜 미디어의 경우, 지역적 제약이 없기 때문에 국가별로 독자적 규제를 취하기 어려우며, 간단한 가입과 활동으로 타인 계정을 사칭해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유통시킬 우려가 높다.

셋째는 소셜 미디어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인식과 제도적 문제’다. 많은 이용자들이 익명성의 편리함에 길들여져 타인에 대한 인격 모독, 유언비어 유포 등을 멈추지 않고 있다. 또 이로 인한 문제가 불거짐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어할 법과 제도도 강력하지 않은 상황이다.

IT강국인 대한민국에서는 오늘도 수천, 수만 개의 새로운 정보들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인포데믹스로 인한 파장을 경험한 대한민국. 단순한 제도 개선과 규제만이 길이 아니다. 제 2, 3의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기 전, 전반적인 원인들을 분석하고 억제하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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