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병용 / 디자인 이정선] 유행이란 특정한 사회 내에서 일정한 사람들이 유사한 문화 양식이나 행동 양식을 동시에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은 남들이 하지 않는 행동이 특정 개인이나 소수의 집단에서 시작되어, 점차 일반인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면서 대중이 이를 수용하거나 모방하면서 유행이 된다. 이러한 유행은 우리가 먹는 음식이나 입는 옷, 듣는 음악, 사용하는 언어 등 다양한 분야에 존재한다. 

하지만 유행은 그 확산 속도가 빠르고 그만큼 쇠퇴하는 속도도 빠르다. 더욱이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정보가 범람하면서 유행의 과부하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자 유행을 쫓아가지 못하고 뒤처지는 사람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앤트웨키’가 신조어로 떠오르고 있다.

앤트웨키(antwacky)란 ‘시대에 뒤떨어진(old-fashioned, out-of-date)’을 뜻하는 영어로 영국 리버풀에서 방언으로 사용되다가 최근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신조어이다. 이러한 앤트웨키는 현 대한민국 사회에서 단순한 사전적 의미를 넘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대한민국은 유행에 민감한 나라이다. 집단주의 문화가 사회 전반에 만연한 한국에서는 유독 남의 눈치를 많이 의식한다. 나아가 특정 주변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하면 두려움을 느끼게 되어 자신을 억지로라도 맞추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유행에 뒤처지는 것을 의미하는 앤트웨키라는 단어에서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유행을 대표하는 물건은 2000년대 초반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등산복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고가 패딩이다. 보통 몇 십만 원에서 비싸면 백만 원도 호가하던 해당 패딩은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없어서는 안 될 ‘필수템’이 되었다. 나아가 심한 경우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지 않으면 앤트웨키로 치부되어 무시를 당하거나 은따(은밀한 따돌림)를 당하는 등의 학원폭력도 발생하였다. 이에 부모님을 졸라 비싼 돈을 들여 해당 패딩을 구입하는 학생을 칭하는 ‘등골 브레이커’가 속속 등장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였다. 

이러한 유행 열풍은 최근 SNS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던 SNS는 싸이월드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페이스북이 유행하면서 싸이월드 이용자들은 앤트웨키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러한 유행도 얼마 가지 않아 현재 페이스북의 자리는 인스타그램이 차지하게 되었고, 이제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앤트웨키로 치부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이렇듯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대한민국에서 앤트웨키라는 단어에는 유행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두려움이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앤트웨키가 되지 않기 위해 좋든 싫든 집단에 동화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유행을 쫓다 보면 자신만의 개성이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수시로 바뀌는 유행을 언제까지 따라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이제는 유행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찾을 때이다. 이것이 자신만의 개성을 가꾼 인재들이 빛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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